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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의혹 “검사도 판사도 믿을 수 없다”대법원·청와대 교감설 … 의혹 둘러싼 진실은

사법부 의혹 “검사도 판사도 믿을 수 없다”
대법원·청와대 교감설 … 의혹 둘러싼 진실은

각종 판결 및 수사와 관련, 법조계에 대한 지역민의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사건’을 청와대와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검사도 판사도 믿을 수 없다”는 지역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사법부가 권력과 결탁해 죄의 유무를 결정했다는 사실이 대법원 추가조사위를 통해 드러나면서 한국사회에 정의감이 상실되었다는 절망감에 시민들의 분노도 확산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최근 지역에서 내려진 일부 판결 결과를 예로 들며 법은 약자와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돈있고 힘있는 권력자를 위한 제도라는 것이 확인되었다”며 법조계를 향한 불신을 내비쳤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해온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추가 조사위가 제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5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을 전후하여 청와대 민정라인과 논의를 진행했다.

▲靑, 원세훈 재판 기각 기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재판은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2012년 대선의 위법성에 대한 사법 판단으로, 단순한 형사재판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정권의 정당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항소심 재판 다음 날인 2015년 2월10일 작성된 이 문건에는 판결 선고 전 청와대가 민정라인을 통해 재판 전망과 재판부의 의중을 문의하고 보고받은 정황이 담겨있다.

문건은 “이 사건은 청와대의 최대 관심 현안이다”며 “선고 전 ‘항소기각’을 기대하면서 법무비서관(곽병훈)실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전망을 문의했다”고 적었다. 문건대로라면 청와대는 항소심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본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리길 원했고, 법원행정처는 재판부의 동향을 파악하면서 ‘불안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는 원 전 원장 항소심에서 ‘기대와 달리’ 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서 당황해했다고 한다. 특히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법부에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했다”고 돼 있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소부(小部) 대신 대법관 13명(법원행정처장 제외) 전원이 참여하는 전합에서 다룰 것을 원했단 의미다. 전합은 기존 판례를 변경하거나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중요 사건에 한해 선별적으로 열린다. 이 사건은 상고심에서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전원일치 판단으로 파기환송됐다.

‘원세훈 선고’ 관련 문건이 발단
대법관 13명 ‘사실 아니다’ 입장
전원합의체 회부 의혹 해소 안돼


▲대법원, “진정 성립 안 돼”
이와 관련 지난 23일 대법관 13명은 청와대와의 교감이 2015년 당시 전원합의체 판결에 영향을 줬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증거법칙을 비롯한 법령 위반의 문제가 지적되었고, 이 사건이 갖는 사회·정치적 중요성까지 아울러 고려한 다음, 대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증거능력 인정에 관한 법리를 판단했고, 중요 사건이었기 때문에 전합에 올렸다는 의미다.

당시 대법원 전합은 항소심 재판부의 ‘새로운 법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합은 △내용 상당 부분이 출처를 알기 어려운 조악한 언론 기사 일부와 트윗 글로 이뤄져 있고 △정보의 근원이나 기재 경위, 정황이 불분명하며 △업무수행에 어떻게 활용된 것인지 알기 어려워 업무 활동 문서로 보기 어렵고 △업무와 무관한 정보도 포함돼 있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통상 하급심은 재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를 따른다. 하지만 ‘새로운 법리’가 대법원 판례를 바꿀 만큼 합리적이라면 전합 판결을 통해 대법원이 새 판례를 수립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사건에선 지논·시큐리티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항소심의 법리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합에 참여한 대법관 13명은 이처럼 법리적 근거에 따라 전원일치 의견을 내놨다.

대법관들이 “외부 영향을 받은 게 아니다”고 반박한 데엔 당시 판결이 형소법 규정에 대해 하급심과 판단이 달랐을 뿐이며 사실관계를 다투는 1·2심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를 판단하는 법률심이란 의미가 담겼다.

▲경실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조사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판사 동향파악 문건’ 의혹에 대한 3차 추가조사 실시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접조사가 필요하다”며 “자체 조사가 힘들다면 검찰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재 드러난 문건의 내용만으로도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됐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면서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공개된 사찰문건 외에도 많은 제약으로 인해 조사하지 못한 자료가 훨씬 많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경실련은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법원 상고심을 전원합의체로 넘긴 경위와 그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압력 유무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시절 직권을 남용해 부당한 지시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고 사법개혁을 방해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나아가 “박근혜 정권 시절 ‘법원 길들이기’라는 청와대 업무일지에 등장했던 만큼 이러한 사법권 침해 행위가 정권 차원에서 자행된 것인지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법농단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엄벌만이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최송호기자/목포투데이 신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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